지난 글에 이어서 유방암 수술 전 검사 내용들을 기록한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 날자를 잡은 후로 검사 예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는데
유방암 수술 전에는 생각보다 많은 검사를 필요로 하고 그건 꽤나 피곤한 일이었다.
특히 암 수술은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좋기 때문에 그에 맞춰 검사도 빨리빨리 받아야 해서
결국 난 대부분의 검사를 하루만에 전부 다 받아야 했다.
심전도, X-ray, 골밀도 검사
빨리 끝나서 좋았던 세 가지 검사는 심전도 검사와 X-ray, 골밀도 검사였다.
심전도는 수술 때문에 심장의 상태를 검사하는 것이었는데, 이맘때쯤 (아마도 스트레스였겠지만)
한 번씩 심장이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긴장한 검사 중에 하나였다.
어쨌든 교수가 아무 이상 없다 그랬고 수술도 잘 끝냈으니 별 이상은 없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제일 걱정했었다.
X-ray는 기본 상체 촬영인데 왜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검사 다 끝나고 담당 교수를 만날 때도 X-ray 사진은 굳이 확인하지를 않던데...
필요하니까 찍었겠지만 왜 찍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만약 내가 중증환자 혜택을 안받았다면 안 그래도 검사 비용이 비싼데 이거 왜 찍냐고 물어봤을 듯..
이때만 해도 내가 병원에 큰 신뢰가 없었어서 모든 게 다 부정적으로 보였다.
골밀도는 뼈의 골량을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도 마취(?)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나야 가만히 누워서 기계가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기면 됐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CT, MRI 촬영
조영제 주사를 맞은 채로 촬영을 진행해야하는 CT와 MRI
이렇게 꽤 굵은 주사를 꽂은 다음에 액을 들고 기다리면 순서에 맞춰 촬영을 한다.
그리고 촬영 중에 조영제 주사가 몸에 들어가는데, 개인적으로 혈관이 좁은 편이고
뭔가 들어오는 걸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타입이라 빠른 속도로 조영제가 들어오니까 너무 아팠다.
조영제 주사는 촬영 전에 기계랑 연결을 해서 자동으로 내 몸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속도 정말 엄청났다.. 약이 몸에 도는 것도 느껴지고 숨을 쥐면 조영제의 향이 나는데
살짝 역겨워서 멀미도 나는 듯 했다.
사실 난 4시간 금식도 그렇게 힘들어하는 편은 아니어서 CT촬영을 쉽게 생각했는데
약이 들어갈 때 너무 괴로워서 약이 다 들어갈 때까지 버티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대기 시간이 제일 오래 걸렸던 MRI 촬영.
사실 예전에 허리 디스크 때문에 MRI를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약간의 폐소공포증이 생겨서
촬영하기 전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허리디스크 MRI 촬영 때는 온몸이 좁은 MRI 기계로 들어가서 시끄러운 소리를 몇십 분을 들으며
어떻게든 버텨내야 했기 때문에 가슴 역시 동일할 것이라 생각해서 더 걱정했던 것 같다.
조영제 주사를 맞고 멍하니 앉아 있는데 MRI 촬영하고 나온 외국인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위로해 줄 정도로 내 표정은 좋지 않았다.
사실 피곤하고 내가 유방암이라는 것에 정신이 피폐했던 것이지만... 어쨌든 너무 고마웠다.
예약 시간보다 4~50분 정도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촬영을 하러 들어갈 수 있었는데,
기계가 내가 알던, 몸이 전부 다 들어가는 기다란 MRI 기계와 달라서 조금 놀랐다.
유방암 MRI 기계는 통이 길지 않고 짧아서 머리와 상체만 조금 들어가는 구조였다.
덕분에 폐소공포증의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다. 그리고 폐소공포증의 두려움이 없어져서인지,
아니면 아침부터 진행된 검사 행사에 피곤해서인지 그 시끄러운 MRI 촬영실에서 4~50분의 시간 동안 꿀잠을 잤다.
물론 여기서도 조영제가 들어갈 때는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조영제가 들어가기 전에 촬영 선생님들이 마이크를 통해서 이제 조영제 들어갑니다~라고 알려주셔서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방암 MRI 검사는 조금 특이한 게 구멍이 두 개 뚫린 쿠션 위에 엎드려서 촬영을 하는데,
그 구멍에 가슴을 하나씩 넣어야 한다.
구멍에 가슴이 잘 들어가지 않으면 촬영이 잘 안 되어서 여자 선생님(혹은 여자 간호사)분이 오셔서
구멍에 가슴이 잘 들어갔는지 확인도 해주신다.
전신 뼈 검사
뼈 검사는 뼈의 외상이나 염증, 대사이상 및 암의 뼈 전이를 찾아내는 검사로
검사 자체는 간편하지만 검사용 정맥 주사를 맞고 3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후에
검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이 제일 오래 걸렸다.
그래서 예약도 완전 아침으로 해주셨는데 야행성인 나에겐 너무 힘든 일이었다.
어쨌든 아침부터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용 정맥 주사를 맞았는데, 주사를 놔주신 선생님께서
촬영 전까지 소변을 많이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먹는 거는 문제 될 게 없고 소변을 많이 봐야 약이 돈다고 해서 신난 마음에 엄청 큰 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화장실을 자주 가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리고 아메리카노의 힘은 대단했다!
뼈 검사 자체는 어려울 것이 없었다. 신기한 건 기계에 누워 검사를 하면
왼쪽 화면에 촬영되고 있는 내 뼈가 보인다는 것이다.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그걸 구경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뼈 촬영실은 촬영기기와 촬영해 주시는 분의 공간이 나뉘어있지 않고
한 공간에 있었는데, 그렇다 보니 다른 직원으로 추정되시는 분이 와서 둘이서 수다를 떠는데
그걸 내가 다 듣고 있어야 했다. 내 뼈를 구경한다고 해도 워낙 촬영 시간이 길어서 지루했기 때문에
그 내용이라도 재미있게 들어보려 했지만, 그래도 환자가 검사를 하고 있는데 그 옆에서 저렇게 담소를 나누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키가 작아서 검사가 좀 일찍 끝난 편인데, 전신 뼈 검사는 진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세밀하게 검사하기 때문에
키가 큰 사람들은 좀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수술 전 필요한 검사를 모두 끝냈다.
'유방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방암 수술 방향 확정&재건술 (1) | 2023.03.30 |
---|---|
유방암 브라카 유전자 검사 (0) | 2023.03.30 |
유방암, 수술 전 검사 순회 (0) | 2023.03.28 |
유방암, 3차 병원 결정 (0) | 2023.03.27 |
유방암, 그리고 3차 병원 고민 (1) | 2023.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