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 방향 확정
수많은 검사가 끝나고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외한 모든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암을 빨리 발견한 편이어서
수술 잘하고 후 관리를 잘해주면 되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정확한 병기는 수술 후 검사에서 나오겠지만
지금 검사 결과로는 1기에서도 아주 초기로 알고 있으면 되고
항암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 내 자료를 가지고 갔을 때는 무조건 항암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서울성모병원에서 다시 검사한 내용으로는 항암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과가 나와서 정말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
감사할 대상이 없었지만 감사의 마음이 드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신을 찾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 문제는 어느 암이나 그렇겠지만 유방암 역시 수술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 암이 어떤 상황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수술을 해서 가슴을 열어보고 림프절과 유두를 살짝 떼어내서
전이가 있는지 검사를 한 다음에 전이가 있다면 림프절과 유두, 가슴속을 모두 절제하고,
전이가 없다면 가슴 속만 절제하고 재건술을 진행하라고 했다.
재건술을 꼭 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아직 젊고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교수는 재건술을 추천했고 나 역시 개인적으로 저존감이 낮은 사람이어서
이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 생각해 추천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나는 절제술과 재건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하고 유방암 교수와 진료가 끝나자마자
바로 성형외과 교수에게로 진료를 보러 갔다.
성형외과에서는 어떻게 재건술이 진행될지 그리고 어떤 재건술로 진행할지
결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3종류의 재건술 : 인공보형물, 복부근육, 등근육
유방 재건술에는 보형물을 이용한 방법과 자가조직을 이용해서 재건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도 무조건 내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공보형물의 경우 가슴에 삽입을 하면 운동에 제약이 없지만
주기적으로 보형물을 교체해주어야했다. 즉 주기적으로 보형물 교체 수술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보형물을 할 수 없었던 큰 이유가 하나 있었는데 내 가슴이 너무 작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사이즈가 작은 보형물도 내 가슴보다 사이즈가 커서 균형이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면 나중에 생활을 할 때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했다.
성형외과 교수도 왠만하면 인공보형물보다 자가조직으로 재건술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했다.
지가조직 재건법은 복부 근육을 이용해서 재건하는 방법과
등 근육 중 광배근을 사용해서 재건하는 방법이 있다.
복부 근육 재건 방법은 배에 있는 근육을 가슴으로 끌어올려서
가슴속을 채워 재건하는 것이고,
등 근육 재건 방법은 광배근의 일부를 겨드랑이를 통해
가슴으로 끌어와서 가슴 속을 채워준다.
복근을 이용해서 재건술을 진행하면 2주 정도 입원을 하게 되고
광배근을 사용해서 재건을 하면 1주 정도 입원을 하게 된다고 한다.
여기서도 안타깝게 나는 선택지가 없었는데,
어떤 자가조직을 사용하든 그 부위에 살집이 있어야 하는데
성형외과에서 보기에 내 배는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래도 쉽게 등근육 복원으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실 남은 선택지는 그것밖에 없어서 의사가 밀고 나갈 줄 알았는데
성형외과 교수는 끝까지 내가 그렇게 합시다!라고 말하기를 기다렸다.
아니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는데 왜 내 답을 기다리는 거지?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환자의 선택이 아닌 의사의 의견으로 밀어붙였다가
나중에 문제라도 생기면 안 되니까 최대한 환자 입에서 확실한 답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어쨌든 결국 난 딱 하나의 선택지인 등 근육 재건법으로 수술 방향을 잡았다.
유두 재건은 어떻게?
내 암의 문제점은 유두에 전이됐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고 수술 때 검사를 할 거지만
유방외과 교수가 보기에 내 암의 형태나 퍼져있는 모습은
유두에도 충분히 전이가 됐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만약 가슴 절제 수술을 진행하다가 유두에 암이 전이된 것이 발견되면
유방외과에서 유두까지 제거를 해버리고 성형외과에서 유두 재건을 해준다.
유두의 경우 (나는 등 근육 재건이기 때문에) 등의 피부를 떼어내서
유두 모양으로 예쁘게 잘 만들어준다고 했다.
등 근육 재건술 후 생기는 제약은?
딱 하나의 선택지 밖에 없었음에도 등 근육 재건술이 탐탁지 않았었는데
그 이유는 수술 후 운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운동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수술 전 1년 반 정도 킥복싱을 배우고 있던 나는
수술 후 킥복싱은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너무 싫었다.
그 외에도 암벽등반이나 너무 무거운 무게를 치는 PT 등,
등 근육을 많이 쓰는 운동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이 리스트업 해준 '하면 안 되는 운동'은 전부 내가 좋아하거나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기 때문에
나는 성형외과 교수 앞에서 내 재건술 방법을 선택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분들도 나만큼 오래 걸렸을까..?
아니면 확고한 의견으로 밀고 나갔을까..? 이건 좀 궁금했다.)
그리고 '네, 등근육으로 할게요.'라고 말하자, 성형외과 의사는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싫었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난 한쪽 가슴 모두를 절제하고 등 근육으로 재건하는 것으로
수술 방향이 결정되었고, 입원은 유방외과로 입원해서
수술 후에는 성형외과로 트랜스퍼되어서 퇴원은 성형외과에서
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수술은 유방외과에서 2시간, 성형외과에서 3시간을 사용하여
약 4시간 정도 진행될 거라는 안내도 받았다.
내가 진료실을 나가는 그 순간까지 성형외과 의사는 예쁘게 잘해주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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