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23년 7월에 올린 글로
시기가 안 맞을 수 있습니다.
어찌어찌 회사를 다닌 지 5개월 째다.
원래도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수술을 하고 난 후 복귀를 하니 더 심해진 것 같다.
동물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글을 보다 보면
멸종 취약종이라는 말이 나온다.
취약종은 절멸 위험에 노출되어
매우 취약하게 된 종을 뜻하는 말인데,
나는 아무래도 스트레스 취약종인 것 같다.
소소한 것에도 큰 스트레스
회사를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스트레스를 안 받겠냐 싶지만
나는 너무 심할 정도로 작은 것에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차근차근 순서대로 처리하고 알아보면 될 일인데도
그걸 해야 한다는 그 자체에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하는 행동들이 다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해지고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나는 사람들의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신경 쓰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렇다 보니 별것도 아닌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사람을 대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 저렇게 말해도 되나,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기분 나쁘지는 않을까.
내가 전문성이 없는 바보처럼 보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이게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책임과 부담감이 주는 압박
처음에 재입사를 결정하게 된 건
전에 하던 일을 그냥 하면 된다고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사닐 나는 몸도 정신도 온전한 상태는 아니니까
새로운 일이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예전 회사에서
나를 찾으면서 예전에 했던 그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을 믿고 재입사를 결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돌아간 회사는 달랐다.
나는 몇몇 인원들을 이끌며 체계를 바꿔야 했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도전하라는 압박을 받았으며
지금까지는 상사들이 결정했던 사안들을
내가 결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결정권을 온전히 나에게 주었는가?
그건 또 아니다.
어떤 건 왜 본인들에게 물어보냐며
그냥 네가 좀 하라고 말을 하고
또 어떤 건 왜 네 마음대로 그냥 했냐고
이런 건 물어보고 해야 한다고 매번 한소리 들었다.
기존에 하고 있던 것에 더해 새로운 것을
개척해 나가는 것도 힘든데,
언제는 알아서 하라 하고 언제는 왜 마음대로 하냐고 하니
이 부담감과 책임감 그리고 압박이 주는
스트레스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부터
나는 직속 상사, 다른 팀 상사, 대표 등에게
불려 가면서 적게는 1시간 많게는 3시간 넘게
내가 바꿔야 하는 체계와 회사의 방향성,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다 이야기를 들었다.
일을 하다가도 불려 가면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이해해서 내가 미래를 그려나가야 했다.
이런 이야기 하나하나가 자꾸 나를
검열하게 만들고, 나를 불러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전부 다 달랐기에
정리되지 않은 혼돈 속에서 5개월을 지냈다.
며칠 전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기력이 없어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고
결국 출근 준비를 하다 말고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고 출근을 했다.
출근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해야 했기에
꾸역꾸역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돌아왔다.
이제는 내가 나약한 것인지 아니면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길도 빛도 없는 허허벌판에 내던져진 심정이다.
이렇게 지내는 게 맞는가? 란 의문과
그렇다고 관두면 나는 그냥 나약한 사람,
루저가 되는 게 아닌가? 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지만 누구든 나에게
정답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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