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는 언제쯤 일상생활로 복귀하면 좋을까?
특히 회사생활의 경우 복귀하는 게 좋을까?
이번 글은 괜한 자신감으로 이전 회사에 복귀해서
6개월간 지내본 나의 경험을 쓴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당분간 시리즈로 연재될 것인데
물론 이 내용이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런 일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여러분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유방암 수술을 끝내고 반년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고
인스타툰을 그리고 있었지만,
이 활동이 수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 마음이 졸랑였고 그래서 자괴감이 든 것 같다.
“생산성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잖아.”
“아니 그런 거 말고.. 맨날 자기만 돈 쓰게 하는 거 싫어. “
”난 괜찮아. 내가 여유롭게 버는데 왜 그래? “
”나는 배우고 있는 것도 있고, 핸드폰비나 적금 같은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도 있는데,
이제 모아놓은 돈이 다 떨어져 간단 말이야-“
”왜 그렇게 자존심을 부려, 그냥 나한테 내달라고 하면 되잖아? “
하루 걸러 하루. 남편과 똑같은 내용으로 말다툼을 했다.
그리고 결론은 아직 몸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일을 하면 안 된다였다.
밤마다 침대에 누워서 동네 알바처를 찾아봤다.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짧은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곳들을 보았는데,
이것도 역시 남편한테 거절당했다.
“자기 아직 수술 부위 다 회복 안 돼서
팔 올리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카페 일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 안돼. “
그다음에는 재택 혹은 사무실에서 앉아서
일할 수 있는 알바를 찾았다.
블로그 글 쓰기 알바가 참 많았는데
마침내 직종도 비슷한 계열이라
이거면 알바에 붙을 수 있겠다 싶어 지원해 보기로 했다.
남편도 사무직이라면 찬성이라고 해서
당장에 이력서를 넣었다.
당연히 붙을 줄 알았는데 떨어졌다.
서류에서 통과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알바처의 알바 공고문은 사라졌다.
뭐지, 내가 너무 내 모든 이력을 적었나…
그냥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보기에는
콘텐츠 마케터로서 이력이 길었기 때문에
부담스럽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더 적당한 다른 사람이 됐나 보지..
최대한 마음을 다독이고 있는데
얼마 뒤 똑같은 곳에서 다시 공고가 올라왔다.
다시 넣어볼까 했지만 이미 서류에서 한번 광탈했는데
또 넣어서 뭐 하겠나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수술 8개월쯤 되었을 때
전 직장 동료에게 연락이 왔다.
얼굴 한번 보자는 말에 냉큼 알겠다고 했다.
계속 집에만 있어서 답답했고 늘 가족들만 만나니까
다른 얼굴을 보며 주변을 환기시키고 싶었다.
오랜만에 직장 동료 얼굴을 보니 정말 반가웠다.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회사 이야기까지
정말 많은 대화를 했는데
거기서 이 회사가 아직도 날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직장 동료와 헤어지고 고민이 많아졌다.
이제 빨리 돈을 벌고 싶은데, 알바를 하자니
내 나이를 찾는 곳들이 적어서 지원하기도 애매하고
가족들이 눈에 불을 켜고 반대를 하고 있고..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려니 앞으로도 검사에 진료에
병원 갈 일이 산더미인데 그 회사에서
그걸 다 배려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전 직장이 나를 엄청 원하고 있다면
내 상황에 맞춰 배려를 해주지 않을까.
그렇다면 한번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사실 쉽게 결정 못하고 더 고민을 했던 것은
내가 이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었다는 것이다.
어느 직장이든 스트레스를 안 받는 곳은 없겠지만
회사를 다니던 당시 나는 3명이서 해야 하는 일을
혼자서 해내고 있었고 상사를 대하는 부분에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한 지인은 내가 유방암 걸린 이유가 그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 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복귀 고민을 시작한 건
첫 번째로는 역시 내가 뭐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는 익숙한 일을 배려받으면서 어느 정도 하면
이직하지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언젠가 일을 시작해야 하니
그렇다면 이 회사를 징검다리로 삼고 싶었다.
결국 난 가족들에게도 의견을 구했다.
가족들은 내가 일을 시작한다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짐나
내 성형을 알기 때문에 회사에서 크게 배려를 해준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난 회사가 내 상황을 배려해 준다는 조건을 두고
회사 복귀를 마음먹은 후, 이사에게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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