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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이야기

암환자, 회사 복귀 한 달차

by 현소 2023.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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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고민하다 결정한 회사 복귀 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

암환자, 고민하다 결정한 회사 복귀

암환자는 언제쯤 일상생활로 복귀하면 좋을까? 특히 회사생활의 경우 복귀하는 게 좋을까? 이번 글은 괜한 자신감으로 이전 회사에 복귀해서 6개월간 지내본 나의 경험을 쓴 것이다. 이 이야기

hyunsolog.com


나의 연락에 이사는 당장 만날 날을 잡았다.
전화통화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사는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자고 우리 동네까지 찾아왔다.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나도 이사가 제안한 날짜 중
가장 빠른 날을 약속 날짜로 정했다.

내가 일을 하던 시기, 이사는 나의 직송 상사였기 때문에
가까우면서도 먼, 혹은 불편한 존재였는데
오랜만에 그를 다시 만난다고 하니 긴장되었다.
어쨌든 나는 아픈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 몸 상태에 맞춰 어떻게 일을 할지 제안할 내용을
번호를 매겨서 정리했다.
사실 이사를 만나면서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거절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약속의 날이 왔다.

이사와 나, 그리고 먼젓번에 만났던
동료 직원까지 셋이 모여 식사를 했다.
사실 만나자마자 바로 업무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내가 회사를 관둔 근 1년 동안 둘 다 고생이 많았는지
몇 시간 동안 본인들이 겪은 일을 토로했다.
그렇다 보니 내가 회사 복귀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이 사람들을 만난 건지 아니면 이 사람들이
힘들었던 일을 들어주려고 만난 건지 헷갈렸다.

적당히 저녁을 먹고 (도저히 배부르게 먹을 수 없었다.)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 복귀에 대한 이야기는 이때 자세히 할 수 있었다.

이사는 오늘 만날 약속을 잡으면서
내가 회사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 만나자고 하는 건지
아니면 회사로 돌아오겠다고 말하기 위해 만나자고 하는 건지
너무 고민이 많았고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내가 안 돌아갈 거면 뭐 하러 만나자고 하겠냐 되물었더니
돌아가지 않을 테니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딱 선을 긋기 위한
만남일 수도 있지 않냐고 대답했다.

어쨌든 나는 내가 복귀를 해도 되느냐를 물어보기 위해
만난 것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고 정리한 것들을
하나하나 그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복귀하고 싶다.
하지만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서 5일 근무는 어렵다.
그리고 병원도 꾸준히 가고 있기 때문에
병원 가는 날은 무조건 빠져야 한다.
혹시 배려를 해줄 수 있다면
업무 요일과 시간, 그리고 병원 가는 날을
배려해 줄 수 있는가?



이것이 나의 제안이었다.
우선 나를 원하는지가 첫 번째 질문이었고
나를 이만큼 배려해야 하는데 그래도 너네들이
나를 원하니? 가 두 번째 질문이었다.
사실 지금 직원이 급히 필요하다는 회사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흔쾌히 동의를 할 거라고 생각은 못했다.
아니면 동의하지 않기를 내가 바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나는 일을 하고 싶기도 했고 자신이 없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에서는 환영한다가 답이었다.
흔쾌히 답을 줄 줄은 알았지만 정말 흔쾌히 줄 줄이야…
그렇게 나는 3월 첫째 주부터
우선 3일 출근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복귀하고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사실 회사에 복귀하기 전에 한 달 정도 다른 곳에서
사무 알바를 진행했었기에 (2일 출근, 3일 재택)
회사 3일 출근은 잘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선 알바처는 출퇴근 시간이 왕복 30분이었는데
회사는 편도로 5~60분이 걸렸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15분을 걸어가야 하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또 역에서 회사까지 10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데 이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3월 첫 출근하기 전까지 체력을 키우겠답시고
남편과 함께 매일매일 달리기도 하고 운동도 했는데
이미 저 지구 핵까지 떨어진 내 체력은 아무리 올라왔다 해도
이 긴 출퇴근 시간을 견디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3월 한 달간 월, 화, 금 출근을 진행했는데
월, 화 출근을 하면 목요일 오전까지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했다.
점심시간에 틈틈이 자고 했는데요 3시간 정도 집중해서 업무를 하면
바로 잠이 쏟아져서 나도 모르게 졸아버린 적도 몇 번 있었다.
금요일까지 정신력으로 버텨내면 주말에는 또 꼼짝없이
송장이 되어 누워있게 되더라…

원래 계획은 3월에 3일 출근,
4월에 4일 출근, 5월에 5일 출근
이렇게 한 달씩 하루를 늘려가는 게 목표이자 계획이었는데
이건 정말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출근하려고 눈을 떴는데 몸이 안 움직여져서
이사와 회사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1시간 늦게 출근해서 1시간 늦게 퇴근한 적도 있었다.

이러다 보니 계속 이렇게 지내면 내 몸에 오히려
안 좋은 영상을 끼칠 것 같아 고민이 생겼다.
한 달 다녀보니 안 되겠다 하고 관둬야 하나..
그러기엔 돈은 벌어야 하는데-
3월 한 달이 지났으니 어떤 액션을 취해서 회사에 보여줘야 할 텐데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어떤 방향으로
좋게 이 상황을 풀어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무언가를 회사에 제안해야 했고
아무 말 없이 두 달이나 3일 출근하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4월 초, 이사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원래 우리 회사에는 재택근무가 존재하는데
연차에 따라 최대 2일까지 재택이 가능하다.
이미 처음 이사를 만나서 회사 복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차근차근 복귀해서 5일 출근을 하게 된다면
예전 연차를 적용해서 2일 재택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좀 더 일찍 제안하기로 마음먹었다.
(친한 언니의 아이디어였는데 너무 고마웠다..! 똑똑한 언니!)

그렇게 나는 2일 출근과 2일 재택을 이사에게 제안했다.
회사에 좀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근무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기존 월급에서 출근하는 일수에 맞춰
깎인 월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하루 더 늘리면 나도 돈을 더 벌어서 좋은 것도 있고
도저히 3일 출근은 힘들어서 제안한 거였지만…
어쨌든 좋은 말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이렇게 제안했을 때도 이 제안을 받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럴 수 없다-라고 말한다면 그 자리에서 관두겠다고 말하는 게
내 계획이었는데 이번에도 회사는 내 제안을 받아주었다…
(물론 내가 복귀한다고 했을 때보다 흔쾌히 받아주지는 않았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다른 직원들의 동의도 받은 후에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나는 월화 출근, 목금 재택으로 업무를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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