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방암 이야기

유방암 수술, 유륜주사와 주의사항!

by 현소 2023. 4. 3.
반응형

수술 당일 아침

드디어 수술 당일이 왔다.

나는 첫 시간 수술, 오전 8시 타임이었기 때문에 7시부터 사람들이 날 데리러 왔다.

 

바로 수술실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수술 전 주사를 하나 맞아야 해서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난 사지가 멀쩡한데도 수술 전에는 이동식 침대를 타고 병원을 돌아다녔는데 이게 기분이 참 이상했다.

 

 

덜컹거리는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머리맡에는 내 정보가 담긴 종이 뭉치가 놓인 상태로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지하에 갔다가

왔다 갔다 하는데 정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분명 난 아직 건강한 상태인데 이 침대에 계속 누워있으니 몸이 점점 아파오는 것 같기도 했다.

 

결국 난 눈물을 참기 위해서 졸린 척 눈을 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수술 전 맞는 유륜 주사

코로나 때문에 수술실 앞까지 보호자가 함께 가지 못했다.

결국 엄마랑은 병실 엘리베이터 앞엣 ㅓ헤어지고 수술 전 유륜주사를 맞으러 지하로 내려갔다.

 

이게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 아프다고 소문이 나서 겁을 잔뜩 집어 먹었다.

하필 주사를 놔주시는 선생님도 안 아프게 놔드리고 싶은데 이게 아파요~라고 말씀하셔서 진짜 너무 겁났는데..

놀랍게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후기처럼 소리 지를 정도로 아프진 않았다.

사람마다 개인 차가 있다고 알고는 있는데 이렇게 큰 차이가 나나 싶으면서

분명 주사 맞으면 지옥이겠지-라고 생각했던 말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수술 잘 받고 오세요^^

 

유륜주사를 놔주신 선생님이 몇몇 위로의 말을 전하고 마지막으로 수술을 잘 받고 오라는 인사를 전했다.

전혀 마음에 와닿는 말은 아니었지만 울먹이면서도 네, 잘 받겠습니다- 답을 했다.

 

 

 

수술 주의사항

유륜주사를 다 맞으면 침대 위에서 잠시 대기를 하다가 수술 대기실로 이동한다.

 

수술 잘 받으세요~

 

이동을 담당해 주신 분이 수술실 앞에서 날 간호사들에게 넘기면서 인사를 해주었는데

이놈의 수술 잘 받으라는 말이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들리는지...

어차피 나는 마취해서 정줄을 놓고 있을 텐데, 내가 잘 받는다고 수술을 잘 받을 수 있는 건가,

의사들이 잘 수술해줘야 잘 받는 거지 등 오만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간호사분들이 내 침대를 끌고 수술 대기실로 데리고 가서 이름부터 생일을 확인하고

동의서에 싸인을 다 했는지 등등을 체크한다.

그 사이에 수술 대기실에 사람들이 침대에 탄 채로 차곡차곡 모이는데,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대기실의 우울함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었다.

 

"현소 님~ 액세서리, 렌즈 다 빼셨지요?"

"네."

"혹시 타투, 문신 있으신가요??"

"어- 네 있어요. 타투가 문제가 있을까요?"

"아뇨, 큰 문제는 없고 붉은 계열 타투만 아니면 괜찮아요~"

"...?! 저 타투 중에 분홍색 들어간 거 있는데요.."

 

이 말에 간호사분이 얼른 내 타투를 확인했다.

나는 등에 검은색 레터링 타투와 왼쪽 팔뚝에 고양이 라인드로잉 타투가 있는데,

이 고양이 라인드로잉 타투에 포인트로 분홍색이 들어가 있다.

 

간호사가 내 타투를 들여다보는 작은 움직임에도 혹시 내가 오늘 수술을 못 받는 걸까, 

또 새로운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게 큰 문제가 될까요..?"

"아뇨, 붉은색 원료가 수술할 때 화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건 제가 수술실에 전달해 둘게요~"

 

급하게 내 타투를 확인하던 모습과 다르게 간호사가 별것 아니라는 듯 답을 주었다.

 

 

그러니까 타투할 때 몸에 넣는 잉크 중에 붉은 계열 잉크는 수술 기계들이 내 몸을 수술할 때 둘이 부딪힌다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붉은 잉크가 들어간 곳에는 화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이 부분은 수술실에서 미리 알고 있으면 대비하고 조심히 수술하기 때문에 미리 알리기만 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또 눈물이 비죽비죽 나왔다.

수술은 시작도 안 했는데 얼마나 마음이 요동치는지, 수술 전에 편안해야 한다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이제 가만히 기다리면 수술실에 들어가겠지.. 했는데 또 사달이 났다.

어제 내가 동의서를 작성한 서류가 병원 전산에 올라오지 않은 것이다.

간호사는 내 옆에서 이게 왜 없지, 어쩌고 하다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또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게 나를 너무 불안하게 만들었다.

문제가 되냐는 질문을 해도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하고 별 답을 주지 않았다.

결국 난 수술 대기실에 첫 번째로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늦게 대기실로 온 사람들이 수술실에 들어갈 때까지

수술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대기실에 남아 있어야 했다.

 

결국 레지던트 의사로 보이는 사람까지 와서 빨리 들어가야 하는데 무슨 일이냐 어떻게 된 거냐 말이 많아졌다.

계속 불안감에 떨고 있는데 다행히 그 의사가 서류에 살짝 문제가 있는데 큰 문제는 아니고

잠깐만 기다리다가 들어갈 거라고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물론 완전 안심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말을 해주니 훨씬 편안할 수 있었다.

 

 

상상 이상으로 추운 수술실

"이제 곧 이동하실 거예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레지던트(추정) 의사가 다른 간호사들과 함께 내 침대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는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가벼운 말을 계속 걸었다.

 

"혹시 추위 많이 타세요?"

 

수술실로 가는 복도를 지나가면서 점점 착잡해지는 마음을 겨우 무시하고 있는데

레지던트 의사가 또 말을 걸어왔다.

 


"네.. 저 추위 엄청 타요."

"아, 진짜요?? 큰일이네, 수술실 엄청 추워요~"

"많이 추워요?"

"네, 생각하신 것보다 더 추울 거예요~"

"저 지금도 추운데...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네요."

 

별로 잡담을 하고 싶진 않았는데 추위는 나에게 큰 약점이라 춥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리고 입성한 수술실은 정말 너-어-무 추웠다!!!!!!!!!!!!

이렇게 추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온도가 낮아서 다리가 주체가 안될 정도로 덜덜덜 떨렸다.

간호사분들이 이불 안으로 따뜻한 바람을 넣어주었는데도 다리 떨림이 멈추지 않았으니

웬만한 시베리아보다 수술실이 더 추운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덜덜 떨면서 마취를 시작했다.

마취도 원래는 수면 마취로 잠을 재우고 전신 마취약을 넣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마취과 선생님이 내 코와 입에 호흡기를 대고 숨을 크게 쉬라고 계속 말해도 내가 마취가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눈이 더 또렷또렷해지는데 이게 내가 추워서 그런 건지 원래 마취가 잘 안 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결국 마취과 선생님의 몇 번 짜증 나는 목소리를 들은 후, 의료진은 내 정맥 주사를 통해 바로 마취약을 삽입했다..

결국 난 몸에 약이 퍼지는 것을 느끼며(코와 입에서 나는 이상한 약 냄새가 꽤 불편했다.)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반응형

'유방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방암 수술 후 결과, 허투음성  (0) 2023.04.04
유방암 수술 후기  (0) 2023.04.04
유방암 수술 입원 첫날  (0) 2023.04.03
유방암 아웃팅 당하다.  (0) 2023.04.02
유방암 수술 입원 준비물!  (0) 2023.03.31